롯데마트, 부산서 AI 물류센터 첫 가동…1조원 오카도 전략 본격화
롯데마트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차세대 온라인 물류 시스템을 부산에서 본격 가동한다.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자동화 플랫폼을 적용한 첫 번째 고객 풀필먼트센터(CFC)를 통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9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위치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ZETTA Smartcenter Busan)’을 공식 개장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센터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단순 물류창고와는 운영 방식부터 다르다. 상품 입고와 보관부터 주문 상품 선별, 포장, 출고, 배송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AI와 자동화 설비로 연결해 온라인 식료품 주문에 특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핵심 기술은 롯데마트가 2022년부터 오카도와 함께 구축해온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다.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상품의 위치와 피킹 순서, 출고 과정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오카도는 2000년 영국에서 설립된 리테일테크 기업이다. 온라인 식료품 유통에 특화된 자동화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현재 미국 크로거와 일본 이온 등 11개국 14개 유통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오카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CFC 6곳을 구축하고, 2032년까지 온라인 식료품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산 센터는 이 계획의 출발점이다.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롯데마트가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19년 약 17조1700억원에서 지난해 약 52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20.4% 수준이다.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랐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25.5%에 이르렀다. 아직 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이 약 28% 수준이라는 점도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신선식품은 일반적인 온라인 상품보다 물류 관리가 까다롭다. 제품마다 크기와 형태가 다르고 냉장·냉동 등 보관 조건도 달라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배송해야 한다.
롯데마트는 이런 문제를 AI와 자동화 설비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연면적은 약 4만㎡로, 최대 3만5000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냉장·냉동 상품만 1만여개에 달한다.
온라인 수요가 높은 신선식품도 대폭 강화했다. 지역에서 공급받은 채소와 AI로 선별한 고당도 과일, 마블나인 한우 등을 비롯해 자체 브랜드인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해외 단독 소싱 상품 등도 온라인 판매에 활용한다.
센터 안에서는 상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자동화 시스템이 작동한다.
입고 상품은 ‘디켄트 스테이션’에서 검수한 뒤 전용 보관 용기인 ‘하이브 토트’에 담긴다. 이후 격자 형태의 자동화 설비인 ‘하이브’로 이동해 정해진 위치에 보관된다.
하이브 내부에는 상품을 층별로 최대 21단까지 쌓을 수 있어 제한된 공간에서도 높은 보관 효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상품 배치에도 AI가 활용된다. OSP가 계절과 날씨 등 다양한 변수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고, 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의 위치를 조정한다. 주문량이 많거나 먼저 출고해야 하는 상품은 작업 효율이 높은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
고객 주문이 접수되면 ‘봇(BOT)’이라고 불리는 피킹 로봇이 상품 위치로 이동한다.
이 로봇은 격자형 레일 위를 초속 4m의 속도로 움직이며 중앙제어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최단 이동 경로를 계산해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가져오는 방식이다.
상품을 실제로 집어내는 과정에는 ‘OGRP(On Grid Robotic Pick)’라는 피킹 로봇 팔이 활용된다. 상품의 형태와 위치를 인식해 적절한 지점을 잡도록 설계됐으며, 센서를 활용해 상품 파손 가능성도 낮췄다.
모든 제품을 기계가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크기가 크거나 형태가 일정하지 않아 자동 피킹이 어려운 상품은 작업자가 로봇과 함께 처리하는 별도의 피킹 스테이션을 이용한다.
신선식품을 위한 냉장·냉동 관리도 센터의 중요한 특징이다.
롯데마트는 상품 입고부터 배송 차량에 실리는 시점까지 온도를 관리하는 엔드 투 엔드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했다. 특히 영하 25도 환경에서도 작업자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냉동 상품을 이동시킬 수 있는 ‘오토 프리저’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문 처리뿐 아니라 재고 관리에도 AI가 활용된다.

센터에서 발생하는 입고 및 피킹 데이터는 롯데마트의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제타’와 연결된다. AI가 판매량과 재고 등을 분석해 적정 발주량을 계산함으로써 주문 후 품절이나 상품 임의 대체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고객의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과 상품별 소비기한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적용했다.
배송은 부산과 영남권 약 400만 세대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최대 13회 배송이 가능하며 고객은 2~3시간 단위로 원하는 배송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부산을 비롯해 창원과 김해 등 주요 지역은 센터에서 직접 배송하고, 내년부터는 중간 배송 거점인 ‘스포크’를 활용해 대구와 울산 등으로 배송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국내 주거 환경을 고려한 배송 시스템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1톤 전기 배송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AI 배차 시스템은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배송 순서를 조정하고 최적 경로를 찾는다. 차량에도 냉장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냉장·냉동 상품은 고온 환경에서도 일정 시간 동안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수 포장재를 사용한다.
롯데마트가 오카도의 기술을 도입한 이유는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쿠팡과 컬리, SSG닷컴 등은 이미 온라인 식품 배송을 위한 물류망을 상당 기간 구축해 왔다. 롯데마트는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배송 인프라를 단순 확대하기보다 기존에 축적한 신선식품 소싱 능력과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을 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롯데마트는 2022년 오카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뒤 부산 센터 건설에 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2023년 12월 착공했으며 2025년에는 OSP를 적용한 온라인 플랫폼 ‘제타’ 앱을 먼저 공개했다. 이후 센터 설비 구축과 통합 테스트를 거쳐 이번에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
영국과 한국의 식품 소비 방식이 다른 데다 국내 신선식품은 상품 형태와 규격이 다양하고 냉장 제품의 비중도 높다. 따라서 해외에서 검증된 오카도 시스템을 국내 소비자 환경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부산 센터의 성과는 향후 전국 단위 CFC 확대 여부와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과 관련한 제도 변화까지 이어질 경우 제타 스마트센터의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안전과 친환경 요소도 센터 설계에 반영했다.
화재 대응을 위해 일반 물류시설보다 많은 방수량을 확보한 조기진압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약 1000톤 규모의 소방용수를 마련했다. 하이브 내부에도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 설비를 적용했으며 배터리 보관 공간에는 별도의 소화 장비와 방화포를 배치했다.
친환경 설비로는 옥외 주차장에 시간당 19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연간 약 2400MWh의 전력을 생산해 센터 전체 사용량의 약 15%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1000톤 이상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센터 운영과 배송 과정에서는 약 2000명의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가 축적한 신선식품 경쟁력과 오카도의 AI·로봇 물류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물류 거점”이라며 “부산과 영남권 고객에게 신선한 상품을 정해진 시간에 전달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부산을 시작으로 온라인 식료품 사업의 전국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카도의 기술력과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경쟁력이 실제 소비자 만족과 매출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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